중흥산성 광양 옥룡면 문화,유적

늦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날, 광양 옥룡면의 중흥산성을 찾았습니다. 들판 너머로 산등성이가 겹겹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돌담의 흔적이 어렴풋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중흥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된 산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산세를 따라 길게 이어진 성벽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흙냄새와 낙엽 밟는 소리가 겹쳐 들렸습니다. 조용히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의 결이 느껴지고, 돌 하나하나가 묵묵히 역사를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듯한 고요함 속에서 오랜 세월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1. 옥룡면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 접근

 

광양 시내에서 옥룡면 방향으로 약 20분 정도 이동하면 중흥산성 입구 표지판이 보입니다. 좁은 농로를 지나 산기슭으로 접어들면 작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차량 다섯 대 정도가 머물 수 있는 규모로, 평일에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주차장에서부터는 도보로 약 10분 정도 올라가야 성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초입에는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길가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져 숲향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도중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등산로와 성곽길 방향이 잘 표시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습니다. 가파르지 않은 산길이라 천천히 걸으며 주변 경치를 감상하기에 적당했습니다.

 

 

2. 산속의 구조와 성곽의 배치

 

성곽의 흔적은 능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습니다. 일부 구간은 복원되어 비교적 형태가 뚜렷하고, 다른 부분은 돌무더기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성벽은 대체로 낮지만 견고하며, 굵은 돌과 작은 돌이 교차로 쌓여 있는 구조였습니다. 성문터 근처에는 평평한 공터가 있어 옛날 군사들의 주둔지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주변에는 안내문과 간단한 유적 지도판이 세워져 있어 구조를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숲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빛이 돌벽 위로 떨어지며, 성벽의 질감이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한 걸음마다 오래된 발자국을 밟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3. 세월이 남긴 중흥산성의 특징

 

중흥산성은 백제 시기 방어 목적의 산성으로, 이후 고려와 조선 시대에도 여러 차례 보수되었다고 합니다. 성벽의 곡선이 자연 지형에 맞게 설계되어 있어 인공적인 느낌이 덜하고, 오히려 자연의 일부처럼 어우러져 있습니다. 성곽돌의 일부에는 이끼가 두껍게 끼어 있었고, 손끝으로 만져보면 서늘한 감촉이 전해졌습니다. 몇몇 구간에서는 돌이 굴러내려간 흔적도 있었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형태는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성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옥룡천이 멀리 흐르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풍경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게 했습니다. 돌의 질감과 공기의 냄새가 이곳의 역사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4. 조용한 휴식 공간과 자연의 어우러짐

 

성곽 중간에는 나무 벤치와 정자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등산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이 흩날리며 발밑을 덮었고, 그 소리만이 들릴 뿐 다른 소음은 없었습니다. 벤치 옆에는 ‘중흥산성 안내석’이 세워져 있었는데, 글씨가 오래되어 다소 희미했지만 그 자체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공기 중에는 흙과 낙엽, 나무의 향이 섞여 은근한 산내음이 감돌았습니다. 도시에서 벗어나 이런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들으니 이곳이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산성’처럼 느껴졌습니다.

 

 

5. 주변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곳들

 

중흥산성을 둘러본 후에는 근처 옥룡사로 향했습니다. 산성 입구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로, 함께 방문하기 좋은 코스입니다. 옥룡사는 백제 의자왕 때 창건된 사찰로 알려져 있으며, 경내가 단정하고 조용했습니다. 그 외에도 옥룡면 방향으로 내려가면 ‘옥룡마을 차밭길’이 이어져 있어 초록빛 풍경 속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광양읍 방향으로 이동하면 ‘매천황현 생가’와 ‘광양와인동굴’이 가까워 하루 일정으로 연계 여행이 가능합니다. 역사와 자연,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구성이어서 여유로운 여행을 계획하기에 적합했습니다. 중흥산성의 고요한 여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코스였습니다.

 

 

6. 방문 시 유용한 팁과 주의사항

 

산성 입구까지는 차량 접근이 가능하지만, 이후부터는 도보 이동이 필수입니다. 등산화나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으며, 여름철에는 벌레가 많으니 모자와 긴팔 옷차림을 추천합니다. 봄과 가을이 탐방하기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안내 표지판이 간간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이동 경로를 미리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돌길이 미끄러우므로 등산 스틱이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음식물 반입은 가능하나, 쓰레기를 반드시 되가져와야 합니다. 중턱 벤치 근처는 조망이 좋아 사진을 찍기에도 적당합니다. 아침 햇살이 성벽에 비치는 시간대가 가장 아름답고, 그 순간의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마무리

 

중흥산성은 잘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역사적 공간이었습니다. 돌과 흙, 바람이 함께 만든 그 풍경 속에서 시간의 무게와 자연의 품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진중한 아름다움이 돋보였고, 사람의 손길이 적은 만큼 본래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산길을 내려오며 다시 한번 뒤돌아보니, 성곽이 햇빛에 부드럽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언제고 다시 오면, 또 다른 계절의 색으로 이 산성이 맞이해 줄 것 같습니다.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 유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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